안녕 나야 패배감
대학교를 다닐 때에는 꿈이 무지막지하게 큰 사람이었다. 세상을 흔들어서 위인전 하나 남길만큼 큰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포기하고 패배하고 거절당하는 삶을 살았으며 목표와 방향성을 잃을 채 돈을 벌기 위해 그저 하기 싫은 일을 회사에 다니며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갔다.
퇴사를 하고 창업을 했다가 망해서 오랜기간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한달이 지났을 즈음 스멀스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왜 살아야 하며 내일은 왜 기대가 되는지? 나는 누구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잘하는 것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버티고 생각하고 책을 읽었고 10년 후 목표보다는, 내가 바라는 나의 이상향 보다는 내일 또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창업을 결심하고, 무수한 거절과 비아냥, 또는 무관심 속에서 나와의 대화는 무시한 채 퇴사를 하고도 끊임없이 목표가 없는채로 1분 1초를 무슨 중요하고 중대한 일을 하고 있는 마냥 달렸다. 당연하다. 나와의 대화는 낯간지럽고 필요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아무 생각없이 돈을 벌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이 돈을 몇억, 몇백억 벌고 포르쉐를 타는 것보다 훨씬더 장기적이고 가치 있는 삶인지 점차 깨닫게 되었다. 나한텐 행복이 뭘까? 정확히 나한테 어떤 상황에, 어떤 기분이 또는 무엇이 행복하게 하는지 알고, 그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오는 실패, 패배감이나 거절 또한 감사하면서 꺼져 이자식아 하면서 하던 일을 계속 즐길 수 있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 아닐까?
조급해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마음들은 자주 문을 열고 들어온다. 허락한 적 없는데 이자식아. 나약한 나는 오늘도 져서 마음이 쓸쓸해지거나 불안하거나 빠더너스 영상만 몇시간씩 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근데 또 그렇게 몇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진다. 몇분 걸으면 또 괜찮아진다. 모카빵 하나 먹으면 또 괜찮아진다. 오늘은 졌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겨나가보자. 할 수 있다. 나중에 정말 능력이 좋아진다면 빠더너스 디벨로퍼도 한번 해보고 싶다.